겨울의 초입, 길가에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최고의 겨울 간식인 붕어빵을 찾아 붕어빵 가게가 인접해 있는 것을 두고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핫하다. 일상에서 붕어빵을 사 먹을 때를 비롯하여 경조금, 세뱃돈 등의 목적으로 현금이 급하게 필요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은행 창구, ATM 등 현금을 취득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경우를 현금접근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기준 설치된 현금자동인출기(ATM) 대수가 국제결제은행(BIS)의 '지급결제 및 시작인프라 위원회'(CPMI;Committee on Payments and Market Infrastuctures) 회원국(총 28개국) 중 6번째로 많으며, 특히 성인인구 천명당 ATM 대수는 2.6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금 의존도와 현금 접근성
그러나 최근 들어 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비현금지급수단의 발달 등으로 현금접근성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은행 점포수와 ATM 설치 대수는 2018년 각각 6,766개, 119,899대에서 2021년 6,094개, 117,282대로 줄어들었다. 현금접근성의 약화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데 특히 현금을 주던 지급수단으로 활용하는 고령층, 장애인, 외국인 등 취약계층의 소비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아울러 현금은 재난이나 통신장애 발생 등 비상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지급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현금접근성이 약화될 경우 적시에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한편 현금접근성은 지역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주로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이다. 2021년 기준 국내에 설치된 ATM 수의 41.3%가 수도권에 배치되어 있으며, 단위면적당 ATM 대수가 가장 많은 서울 (33.6대)과 가장 적은 강원, 경북, 전남(0.3~0.4대)의 격차는 약 92배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구성 특성상 현금의존도가 높은 고령층 및 외국인의 거주 비율이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더 높은 만큼 현금접근성의 지역 간 격차는 조속히 해소될 필요가 있다.
국제 사회 사례
이러한 현금접근성의 약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주요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전이 가속화되자 현금접근성 약화에 따른 취약계층의 금융소외 및 소비활동 제약 등의 문제점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정책적 대응방안을 강구해 왔다.
먼저 영국정부는 영란은행, 금융협회 등 유관기관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였다. 예컨대 정부 예산을 지원하여 우체국 금융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였으며, 우체국과 28개 시중은행 간 업무제휴를 통해 우체국에서도 동 시중은행 계좌의 입출금 업무처리 등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ATM 네트워크 운영사인 LINK가 금융소외지역에 무료 ATM 운영 유지, 반경 1km 이내 무료 ATM 설치 보장 등을 목표로 도입한 금융 포용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 및 감독을 강화하였다.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정부 간 공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현금접근성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우정사업본부, 금융결제원 및 4대 시중은행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우체국에 대한 은행의 입출금 등 업무위탁을 원활하게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업무협약을 통해 4대 시중은행 고객은 전국 2,482개의 금융취급 우체국 지점에서 입출금 및 조회 업무와 AT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체국의 경우 시, 도 지역까지 지점망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만큼 현금접근성의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11월 30일부터 국민, 신한, 우리, 하나 4대 시중은행의 고객들은 전국 2,500여 개 우체국에서 별도 수수료 없이 입, 출금, 조회 및 자동화기기(ATM)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비대면 취약계층과 농, 어촌 지역 고객의 금융서비스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한편 금융기관은 대면 창구 축소 움직임과 함께 은행 간 공동점포, 편의점 제휴점포 등을 신규로 도입하여 현금접근성이 급격히 약화되지 않도록 대응하고 있다. 발권당국인 한국은행도 올해 '화폐 유통 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를 신설하여 금융기관, ATM 운영업체 등 화폐유통시스템 참가기관 간 긴밀한 공조체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논의를 통해 국민의 현금접근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비현금지급수단의 발달로 현금 사용이 꾸준히 감소함에 따라 현금접근성 유지를 위한 비용은 점차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현금에 대한 접근은 주로 은행 창구 및 ATM을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현금접근성 유지를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이들 민간 부문의 현금접근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공공부문에서도 개선 필요사항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정책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등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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