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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은행권의 유통수명과 깨끗한 화폐 사용

by Rampolla 202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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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은행권의 유통수명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화폐에도 수명이 존재한다. 한국은행에 납품된 제조화폐는 한국은행 공식 창구를 통해 발행되어 금융기관을 거쳐 개인, 사업자 등의 수중에 전달된다. 그리고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활발히 거래된 후 다시 금융기관을 거쳐 한국은행에 입금된다. 이후 한국은행은 환수된 화폐를 사용 가능한 화폐와 손상되어 사용하기 부적합한 화폐로 분류한다. 그리고 손상화폐로 분류된 화폐는 폐기된다. 이때 화폐가 한국은행에서 처음 발행된 후 폐기될 때까지 경과한 기간을 화폐의 유통수명이라 한다. 화폐 유통수명의 결정요인에는 화폐 소재의 내구성, 경제주체들의 화폐 사용습관 그리고 화폐의 사용빈도 등이 있다. 화폐 소재의 물리적 강도가 강할수록, 그리고 화폐 사용습관이 개선되고 화폐가 거래에 적게 사용될수록 화폐의 유통수명은 길어진다. 따라서 유통수명 변화를 통해 우리는 화폐 소재의 내구성, 사용자의 이용행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화폐의 제조 및 품질관리, 화폐발주량 결정 등과 같은 한국은행의 발권정책 수립에 중요한 정보가 된다. 금속으로 제조되는 주화는 거의 영구적인 수명을 지니는 반면, 은행권은 면섬유로 만들기 때문에 사용기간이 길어질 경우 닳거나 오염되어 사용에 부적합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국은행은 현용 은행권 4 권종에 대해 매년 정례적으로 유통수명을 추정하여 발권정책 수립과 업무수행에 활용하고 있다. 일부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은행권의 유통수명 추정 시 화폐발행잔액, 발행액, 폐기액 등의 화폐수급통계를 이용한 단순 산식을 이용한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는 표본조사방식을 통해 은행권의 유통수명을 산출하고 있다. 화폐수급통계를 이용한 추정방식의 경우 작업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추정치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반면 표본조사방식의 경우 다량의 표본을 추출하기 때문에 추정과정은 다소 복잡하지만 추정치의 정확성 면에서 여타 추정방식보다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수명 추정과정

먼저 한국은행에 입금된 화폐 중 손상권을 표본으로 추출한다. 이때 화폐의 유통량 등을 고려하여 지역과 금융기관별로 고르게 표본을 추출한다. 다음으로 은행권의 기번호를 통해 납품시기를 추적하고 보관기간, 발행량 등 유통수명 추정에 왜곡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보정하여 권종별 기대유통수명을 추정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추정한 2022년 우리나라 은행권의 유통수명은 천 원권이 대략 70개월, 오천 원권 63개월, 만 원권 135개월, 오만 원권 181개월로 나타났다. 천 원권과 오천 원권은 상품 구입 및 거스름돈 지급 등 거래에 활발히 사용되기 때문에 고액권보다 상대적으로 유통수명이 짧게 나타났다. 한편 오만 원권은 다른 권종에 비해 가치저장수단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유통수명이 가장 길게 나타났다. 은행권의 유통수명은 모든 권종에 대하여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은행권 재질의 변경이 없었고, 국민들의 화폐 사용습관이 크게 변화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유통수명 변화에는 은행권의 사용빈도가 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신용카드, 간편 결제 서비스 등의 비현금 지급수단의 확대, 온라인 거래 증가 등으로 인해 현금 사용이 점차 감소하였다. 그 결과 은행권의 사용빈도가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은행권의 유통수명이 증가하였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은행권의 유통수명은 저액면과 중간액면은 긴 반면, 고액면은 상대적으로 볼 때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은행권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저액면(천 원권)의 유통수명은 미국(1달러) 다음으로 나타나 긴 편이었지만 고액면(오만 원권)의 경우 현금 사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로존(200유로), 일본(만 엔)에 비해서는 긴 반면 영국(50파운드), 미국(100달러)과 은행권 재질이 다른 호주(100달러), 스위스(1000프랑)에 비해서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은행권의 내구성이 우수하고 국민들이 화폐를 깨끗하게 사용하는 건전한 습관이 잘 정착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오만 원권의 경우 가치저장수단으로 주로 사용되는 해외의 고액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급수단으로써 실제 거래에 널리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통수명이 낮은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화폐 폐기 규모

2021년 중 훼손되거나 더러워져서 폐기한 화폐는 403백만 장으로 그 금액은 2조 423억 원에 달한다. 폐기된 화폐를 낱장으로 쌓을 경우 그 높이가 134km로 롯데월드타워 높이의 241배, 백두산의 49배,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의 15배 수준에 이른다

 

새 화폐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

폐기되는 화폐를 대체하고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신규 화폐수요를 충족하기 위 하여 새 화폐를 만드는 데에는 연간 약 1,100억 원(2017~2021년 평균)의 비용 이 드는데, 이러한 새 화폐 제조비용은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귀착된다.

화폐의 유통수명 정보를 통해 국민들의 화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제고되고 나아가 깨끗한 화폐 사용습관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돈을 깨끗이 쓰면 일상 상거래에서 돈을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 거래의 편의성이 높아진다(예: 깨끗한 돈을 자동화기기에 사용할 경우 인식률이 높아져 편의 성이 제고됨). 또한, 돈을 깨끗이 쓰면 돈의 유통수명*이 늘어나 돈을 새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자원의 절약에도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아울러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깨끗하면 돈을 주고받을 때 만족감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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