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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불안

by Rampolla 202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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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의 안정

금융기관의 안정은 금융기관이 건전하여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본연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많은 금융기관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도산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기관이 도산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지는 것은 아니다. 즉 일부 금융기관이 도산하더라도 예금자나 투자자가 동요하지 않고 여타 금융기관의 연쇄도산도 유발되지 않으면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선택과정으로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과 경제의 효율을 증대시키는 측면도 있다. 물론 대형은행이나 다수의 금융기관이 도산위험에 직면하게 되면서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정부나 중앙은행의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금융기관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부나 중앙은행의 비시장적인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경우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금융불안정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예를 들면 1997년 외환위기 시에는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도 부실화되면서 정부에 의해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지원되었다. 당시의 상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예금자들이 문제가 발생한 은행으로부터 예금을 인출하려 하고 종합금융회사 투자신탁회사 등에 돈을 맡겨 둔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등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형국이었다. 따라서 예금자 투자자 등 시장참가자가 금융기관이 건전하다는 믿음을 유지하고 있고 금융기관이 어느 정도의 충격은 비시장적 지원 없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한 상황이어야 우리는 금융기관이 안정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의 안정

금융시장의 안정은 기업 가계 정부 금융기관 등 금융시장 참가자가 신뢰를 갖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어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데 큰 장애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소 추상적인 금융시장 안정 상황을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측면에서 보면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 주가 환율 등의 가격이 경제의 기초여건을 반영하고 있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즉 경제의 기초여건에 변화가 없는 한 금융시장의 가격변수도 단기간에 급격히 변동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처럼 가격변동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주체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즉 금융안정 상황은 금융시스템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어 경제적 결실이 보다 풍성해지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경제의 기초여건으로부터 크게 벗어나면서 시장참가자가 자금조달이나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으로는 시장참가자의 과도한 낙관적 혹은 비관적 기대로 인한 쏠림 현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의지와 전 세계적인 IT 및 인터넷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분위기 고조 등으로 코스닥지수는 1999년 2월 24일 708.7에서 2000년 3월 10일 사상 최고치인 2,834.4까지 상승한 후 같은 해 12월 26일에는 525.8까지 폭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후 코스닥시장의 자금조달기능은 크게 위축되었다. 또한 2003년 초에는 SK네트웍스 및 카드채권 부실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보수화되면서 채권수익률이 급상승하고 투자신탁회사의 수익증권환매가 확산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금융시장 불안 시기에는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의 가격이 과도하게 변화하면서 합리적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금융시스템은 정상적인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국가의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금융인프라의 안정

금융인프라의 안정은 금융안정 관련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 금융기관 및 기업이 스스로 위기를 예방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감독당국의 건전성 감시 및 시장규율이 원활히 작동할 뿐 아니라 금융안전망과 지급결제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구축되어 운영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금융안정 관련 제도로는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및 시장규율 관련 제도, 금융규제 및 감독제도 등이 있다. 먼저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는 금융기관이 내부통제시스템이나 리스크 관리체계를 바탕으로 스스로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주어진 책무를 적절히 수행함과 동시에 필요한 경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상황을 말한다. 시장규율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금융기관이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장규율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경제에서는 자금의 공급자가 투자 혹은 신용공여 등의 의사결정을 할 때 부실위험이 높은 금융기관에는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금융기관이 과도하게 위험을 추구하는 것을 억제하게 된다. 금융규제와 감독제도는 시장참가자들이 일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하여 시장이 공정하고 투명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금융안정과 관련한 대표적인 건전성 규제제도로는 BIS 자기 자본규제 담보가치대비대출비율(LTV) 규제 대손충당금적립제도 등이 있다. 한편 금융안전망(safety net)은 기본적으로 은행이 예금자의 예금인출 요구에 필요한 일정 부분만을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는 데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다. 즉 전통적으로 은행은 단기예금을 장기 산업대출 등에 운용하면서 예금인출 요구에 대비해서는 일정 부분의 자금(=유동자산)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예금인출 요구가 높아지는 경우에 대출자산을 즉각적으로 회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은행이 실질적인 지급능력에도 불구하고 도산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예금자가 금융기관에 대해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금자보호제도를 운영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최종대부자 기능)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은 경제주체의 경제활동 결과로 나타나는 각종 거래를 지급결제를 통해 종결시켜 주는 장치인 지급결제시스템이 정상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경제에서 자금이 혈액에 비유될 수 있다면 지급결제제도는 혈액이 흐르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급결제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이어서 경제주체 간의 자금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경제활동도 촉진될 수 있다.

 

금융시스템 불안의 요인

금융시스템은 금융시장과 금융기관 및 금융인프라를 모두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므로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도 다양하다. 먼저 근본적인 금융시스템의 잠재적인 불안요인은 금융거래 계약이 차후에 이행되지 못할 수 있는 위험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 예금을 받아 어떤 기업에 대출을 해주었는데 기업이 상환약속을 불이행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은행도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을 만큼 부실해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게 되면 거래가 안전하게 종료되는 상황과 비교될 수 있다. 즉 금융시스템은 자금이 공급자로부터 수요자로 흘러가도록 함으로써 중앙은행이 공급한 현금보다 더 많은 유동성을 창출하여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동 기능의 이면에는 금융불안 요인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금융거래 계약이 불이행 되었거나 혹은 어떤 금융기관이 도산하였다고 해서 금융불안이 발생하였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경제활동을 상당 수준 위축시킬 정도로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에는 금융불안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불안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금융기관이 어떤 연유에서 도산하고 또 이것이 어떻게 파급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어떤 금융시스템 내에서는 금융기관 간 상호대출이 복잡한 네트워크 형태로 이루어져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특정 금융기관의 도산은 여타 금융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기관 간 대출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특정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어떤 금융기관이 도산하면 예금자가 여타 금융기관도 유사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금융불안이 발생하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은행이 예금인출에 대비해 일부 자금만 보유(=부분지급준비금제도)하고 있어 일시에 몰리는 예금인출 요구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이와는 달리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경기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거시적인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특정 금융기관의 도산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보다 금융시스템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적 충격이 중요하다. 거시적 충격으로는 먼저 통화 공급량이 감소하여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금융불안이 발생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경제주체가 경기확장기에 투기적으로 자금을 차입 혹은 대출하였다가 경기의 흐름이 바뀌면 차입자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출자는 자금상환을 요구함으로써 금융시스템 불안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경기확장기에 다수의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하면서 위험을 과소평가하였다가 경기가 반전되면 급격히 기대를 바꾸는 근시안적인 군집행태를 보이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이외에도 통화 및 재정정책 금융감독정책 등 경제정책의 실패가 금융불안을 유발하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한국 경제의 현상 중 하나는 가계부채의 급증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이후 갭투자 등으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고 금리인상으로 이어진 금융 시장에서 불안정성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주가도 같이 푹락할 가능성이 있고,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의 감소로 인해 소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결국 거시경제 전체의 위험도가 증가될 수도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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