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불안이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은 금융시장, 금융기관 및 금융인프라, 실물경제에 걸쳐 광범위한 만큼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수단도 다양하다.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은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금융위기 발생 전의 예방적 선제적 정책과 금융위기 발생 후의 위기관리 및 치유 정책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물론 금융위기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인 비용을 고려해 보면 금융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더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금융기관 및 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하여 금융위기를 완전히 방지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의 활력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즉 금융위기가 경우에 따라서는 환경오염이나 실업과 같이 완전히 피할 수만은 없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수단을 사전에 준비하고 필요시 수행하는 것은 위기발생의 빈도와 비용을 축소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 런데 금융위기는 일단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이를 해소하는 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위기 발생 후 수습하는 것보다 사전적으로 위기발생 요인을 포착하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시스템 불안 유발 가능성을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라고 하며 이러한 시스템 리스크를 사전적으로 포착하고 축소하기 위한 정책을 거시건전성정책(macro-prudential policy)이라고 한다. 특히 2007~2008년 중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금융위기 이후 영국, 미국, EU 등 세계 주요국은 개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미시건전성감독만으로는 금융위기 예방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전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거시건전성정책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안정을 위한 금융제도 및 인프라의 정비
건전한 내부통제체제(기업지배구조)의 확립
금융시스템을 구성하는 개별 금융기관이 건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가 확립되어 금융기관 스스로 위기를 예방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많은 금융기관의 도산이 내부통제시스템의 미비 등 기업지배구조의 불건전 성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1980년대 도산한 저축대부조합의 60%가 심각한 불법행위와 관련되어 있었으며 1990~91년간 도산한 286개 은행중 175개 은행이 내부자 대출과 관련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의 기업지배구조가 건전하다는 것은 강력한 내부통제시스템 및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를 바탕으로 능력 있는 경영진이 주어진 책무를 일관성 있게 수행하고 필요한 경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효과적인 금융규제 및 감독제도의 확립
금융규제 및 감독은 시장참가자로 하여금 일정한 룰(rules of the game)을 지키도록 함으로써 금융시장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금융규제는 법률 혹은 법률적 수단이나 규정의 제 개정을 의미한다. 또한 금융감독은 금융기관의 인가, 건전성감독, 제재, 위기관리 등 금융기관의 행동에 대한 감시를 말한다. 금융안정을 위한 대표적인 금융규제 및 감독제도로는 BIS 자기 자본규제제도, 대손충당금적립제도, LTV비율규제제도 등이 있다.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장규율
금융규제 및 감독이 금융안정을 위한 공공부문의 규율이라고 한다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금융기관이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장규율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규율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경제에서는 시장참가자가 투자 신용공여 등의 의사를 결정할 때 부실위험이 높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고금리를 요구하거나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추구 행태가 억제될 수 있다. 시장은 수익과 위험 간의 상충관계를 평가하여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이는 관치금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정부주도의 자금배분과 억압적 금융상황이 금융발전을 저해하고 방만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이어져 높은 물가상승률과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초래했던 상황과 대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금융자유화를 통해 시장기능이 강화되었던 시기에 오히려 더 많은 금융불안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시장규율이 작동하기 위한 요건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시장규율에 의해 금융안정이 달성되려면 ⅰ) 경제주체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ⅱ)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도 보유해야 하며 ⅲ) 시장규율도 점진적으로 작동해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공시되는 정보량은 불충분하고 펀드 멘탈 한 가치와 리스크는 평가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며 시장규율도 점진적이라기보다는 한쪽 방향으로 급격하고 과도하게 쏠리는 방식으로 작동하여 금융불안이 야기되기도 한다. 따라서 공시강화, 회계제도 개선, 리스크관리기법의 발전 등을 통해 시장규율에 의한 건전성 감시를 강화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하되 시장규율의 작동이 어려운 경우에는 금융안정 정책당국의 감시 및 개입 강화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금융안전망의 구축 - 예금자보호제도와 최종대부자제도
전통적으로 상업은행은 예금인출 요구에 필요한 일정자산만을 유동자산으로 보유하면서 단기예금을 장기대출로 운용해 왔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높은 예금인출 요구 시에는 대출자산을 즉각 처분하여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급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도산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공적인 금융안전망이 예금자보호제도와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제도이다.
예금자보호제도의 존재는 예금자의 예금손실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거나 제거하여 주기 때문에 한 금융기관의 도산이 여타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는 외부효과를 줄여주는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러나 동 제도는 예금자나 금융기관이 스스로 리스크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고위험 전략을 추구하게 하는 부작용(=도덕해이)도 있다.
한편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은 & 중앙은행의 금융기관 구제제도로 인식되면 도덕해이 문제가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예방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필요한 유동성을 얼마든지 즉각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종대부자 기능은 금융위기 초기에 위기 확산을 방지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금융기관의 부채 중 예금보험으로 부보 되지 않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급결제시스템 리스크 축소를 위한 제도
지급결제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면 경제의 자금흐름이 원활해지고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급결제시스템도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불안이 확대되는 경로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지급결제 리스크로는 한 금융기관이 다른 금융기관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될 수 있는 위험(=신용 리스크)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급결제시스템에 참가하고 있는 금융기관 간에 네트워크형의 채권채무관계가 있는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산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운영상의 실수(=운영 리스크)로 결제가 제시간에 이루어지지 못하여 금융기관이 채무를 이행하기 어렵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급결제시스템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중요한 지급결제시스템에 참가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자격요건 마련, 기관별 채무한도의 설정, 담보의 사전 확보, 금융기관의 손실 공동분담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급결제시스템 상의 위험요소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모니터링 및 평가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는 금융안정을 위한 필요요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개별 금융기관의 위기가 금융기관 간 상호 대차관계를 통해 금융시스템에 연쇄적으로 파급될 수도 있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74년 독일의 Bankhaus Herstatt라는 은행의 도산은 수개월간 국제 금융시스템과 독일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이는 동 은행과 외환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던 미국 은행들이 마르크화를 인도하였으나 달러화를 수취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 은행이 도산하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BIS 자기 자본규제나 대손충당금적립제도 등의 금융규제 및 감독수단을 이용하여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은 금융안정을 위해 중요한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주요 설립목적으로 하는 금융감독기구가 담당하게 된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최근에는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만으로는 금융안정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시스템 전체의 시각에서 금융안정을 달성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공통적인 위험요인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소형 금융기관보다는 규모가 큰 은행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한편 금융시스템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통 위험요인으로는 경기변동이나 정치적인 사건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내에서 축적되는 불균형도 포함된다. 내생적인 불균형이라 함은 금융기관이 경기가 좋을 때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대출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크게 확대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경기가 반전될 경우 금융기관이 동 불균형을 급격히 축소하는 과정에서 금융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과 금융시스템 안정, 즉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서로 다른 해석과 접근법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차이를 반영하여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책임은 금융감독기구가 수행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책임은 중앙은행이 담당하는 것을 보다 명확히 하는 추세에 있다.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은 동 책무가 중앙은행의 태생적 기능이며 중앙은행은 전통적으로 금융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과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거시경제 분석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의 변동성 축소
금융불안이 유발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 중 하나는 경기상승기에 신용팽창이 과다하게 이루어지면서 리스크가 누적되었다가 경기하락기에 대규모 부실로 이어져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시스템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시경제변동 리스크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경기조절정책을 통해 금융불균형을 유발하는 원천 중 하나인 거시경제의 변동성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상황을 고려하면서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단기목표금리의 조정 등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정부(기획재정부)는 경기상황에 따라 세율이나 재정지출 규모 등을 조정하여 경기의 진폭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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